항문은 위로는 직장과 닿아있고 표면은 대장점막으로 덮여 있습니다. 이곳에는 길이 3~4cm인 주름살이 1000여개가 잡혀 있고, 그 아래 많은 수의 정맥혈관이 발달해 덩어리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이 정맥혈관이 여러 가지 항문 질환의 원인이 되는 것입니다.
배변을 할 때, 항문의 괄약근이 항문의 개폐를 조절하며, 평상시에는 닫혀 있지만 배변시에는 최대 4cm까지 벌어지게 됩니다.

이때 항문 쿠션조직이 배변의 충격을 흡수해주는데, 정맥혈관의 비정상적인 팽창으로 이 쿠션 조직이 커지게 되는 것이 일반적으로 말하는 치질(의학적으로는 치핵)입니다.

항문에 생기는 질환 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치핵, 치루, 치열을 통틀어 말하는 것으로 일반적으로 치질이라 하는 것의 대부분은 치핵을 말합니다.

예로부터 십인구치(十人九痔)라 하여 열 명중 아홉 명이 앓는다고 할 정도로 흔한 질병인 치질은 포유동물 중 직립 보행을 하는 인간에게만 발생하는 특이한 병으로 인류의 역사와 함께 시작되어 온 유래 깊은 질환입니다.

한의학에서의 치질은 황제내경(黃帝內徑)에서 처음 언급되어 있습니다. 치(痔)라는 것은 형태상 튀어나온 것을 뜻하며 코에 튀어나온 것을 비치(鼻痔), 귀에 튀어나온 것을 이치(耳痔), 항문에 튀어나온 것을 항치(肛痔)라 하였고 이후 치(痔) 라는 말은 항치의 뜻으로 주로 쓰였습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한서(寒暑)의 기온차이가 심하며, 예로부터 대식국(大食國. 과거 서양인들은 조선인들의 밥 먹는 모습을 보고 대식국이라 하였습니다.)이라 불릴 정도로 식사양이 많기 때문에 항문에 가해지는 부담이 커 치질이 잘 발생합니다.

치질을 불치병이라 생각하거나, 별 것 아닌 병이라 생각하거나, 치료를 받기가 꺼려진다 하여 치료를 미루다가 악화되어 큰 출혈이나 통증으로 응급실에 실려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심지어 출혈이 심하여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것이 치질입니다.

따라서 배변 시 통증이 느껴지거나 검붉은 피가 쏟아지거나 선홍색의 피가 묻어나는 경우 등 피가 난다면 바로 진찰을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치질을 방치한다면 일상생활에 불편을 느끼게 되며 여러 합병증이 발생하는 등 예기치 못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치료가 필요합니다.

한의학에서는 인체생리와 병리를 하나의 통일된 유기체로 보는 정체관(整體觀)의 관점에서 치질의 원인을 파악하고 있습니다.

오장육부와 氣血(기혈)· 津液(진액)의 작용이 신진대사와 생리·병리 변화에 중요하게 작용하며, 항문질환과 치질은 여러 가지 원인으로 장부의 조화기능이 조화롭지 못하여 일어난다고 보고 있습니다.

치질의 원인은 氣血의 문제와 밀접하다고 보고 있는데, 기혈의 순환이 조화롭지 못하여 항문 주위에서 정체가 일어나게 되고, 경락이 통하지 않게 되면 열이 성하여 살이 썩고 농양이 생겨 치질이 생기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특히 오장인 간(肝)·심(心)·비(脾)·폐(肺)·신(腎)에 중점을 두어 치질을 인식하고 있습니다.

치핵은 항문 점막의 정맥 혈관이 부풀어져 정맥류를 형성하거나 혈관을 덮고 있는 점막과 함께 덩어리를 만드는 것으로 보통 사람들이 말하는 ‘치질’은 이 치핵인 경우가 많습니다. 암치질(내치핵), 수치질(외치핵)으로 나누어지며 대개는 두 치핵이 함께 나타납니다. 내치핵(암치질)과 외치핵(수치질)을 구분하는 것은 치상선입니다.

치상선보다 하방에 발생한 치핵을 수치질(외치핵)이라고 하며,
치상선보다 상방에 발생한 치핵을 암치질(내치핵)이라고 합니다.

암치질이 생기는 부위는 통증을 잘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배변 시 통증이 적으며 출혈이 발생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하지만 암치질이 진행되어 항문 밖으로 나오게 되면 심한 통증을 유발하게 됩니다.

수치질이 발생하는 부위는 민감한 부분으로 통증이 매우 심하며 겉으로 보이는 혈전성 외치핵이 생기게 됩니다.

치핵은 진행정도에 따라 4등급으로 나눕니다.

치상선 이하의 피부가 파열되는 것으로 열항(裂肛), 열치(熱痔)라고도 합니다.

원인은 대장의 열로 인한 변비와 굳은 변 때문입니다. 단단하게 굳어진 변이 항문을 통과할 때 항문이 찢어져 손상이 되는 것으로, 일반적으로 남자는 항문의 뒤쪽에, 여자는 항문의 앞쪽에 많이 발생합니다.

변비가 주요 원인이 되므로 여성에게 많이 나타나며 그 중에서도 젊은 여성들에게 많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다이어트가 유행하는 풍조는 여성들의 식사량을 줄이고, 이는 변의 양이 적어지게 합니다. 변의 양의 줄어들면 배변을 위해서 드는 힘이 더 늘어나므로 항문에 무리가 되어 치열이 생기기 쉽게 됩니다. 또한 변을 보는 간격 역시 늘어나게 되므로 대장이 더 열(熱)해지기 때문에 치열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주요 증상은 통증과 출혈, 변비입니다.

배변 시 선홍색 출혈이 나타나고 항문에 통증이 생기는 것이 특징이나 치핵에 비하여 통증은 심하지 않습니다. 배변 후에 잔열감(항문이 개운하지 않고 간지러움)이 생기며 통증이 심해 배변을 잘 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처음에는 피만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진행되면 배변 시 통증 이외에도 배변 후 몇 시간 동안 통증이 계속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때, 이 통증의 자극으로 인해 내괄약근의 경련이 일어나 통증이 더 심해지게 됩니다.

치열은 다른 치질에 비해 통증이 심한 것이 특징이며 배변 시 통증 때문에 배변을 참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로 인해 대장이 더 열(熱)해지며 변비가 심해져 굳은 변이 나오게 되고, 이로 인해 치열이 더 심해지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치질의 핵이 이미 터져 썩고, 고름이 된 것으로 항문 옆에 구멍이 생기며 고름이 나오게 되는 병으로 누치(漏痔)라고도 하는데 치(痔)는 가벼운 증상이요, 누(漏)는 심한 증상을 말합니다.

항문 안쪽으로 침입한 세균이 항문의 내괄약근을 통해 들어가 내·외 괄약근 사이에서 고름을 형성한 것으로 이것이 항문 언저리까지 몰려나와 항문 주위에 고름을 분비하는 것입니다.

단순한 염증 질환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세균이 항문과 직장사이의 항문샘에 침입하여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염증이 항문 옆에 고름터널, 즉, 구멍을 연속적으로 형성하게 되는 무서운 질환입니다.

심한 경우에는 질이나 고환까지 구멍이 이어져 고름이 터지게 되며, 옆구리나 허리로 고름이 나오거나 고름 구멍이 창자로 전파되어 목숨을 잃는 수도 있습니다.

그 증상은 치핵과 비슷하고 여성보다는 남성에게 훨씬 많이 발병하며 항문주위가 분비액으로 짓물러 축축하거나 가려워 불쾌감을 느끼며 설사를 동반합니다.

외치핵이 심해져 항문관 전체가 탈출되거나 내치핵과 직장의 근육이 항문 밖으로 튀어나오는 것을 말합니다. 이는 돌기가 새빨간 닭벼슬 모양으로 삐죽삐죽 튀어나온 모습으로 관찰되며 이 돌기들이 저절로 들어가지 않는 상태가 탈항입니다.
항문은 본디 배변 시 살짝 뒤집혔다가 즉시 원상태로 돌아가는 특성을 가지는데, 탈항은 항문의 수축기능이 상실되어 배변시가 아닌데도 항분 점막이 늘 위부에 노출되어 있는 경우라 할 수 있습니다.

직장의 점막층만 항문 밖으로 돌출된 것을 불완전 탈항이라 하며,
직장의 근육층이 함께 빠져 나온 경우를 완전 탈항이라 합니다.
선천적으로 항문·직장의 근이나 인대가 약해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으며, 습관성 변비나 출산, 임신, 만성 설사 등이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특히 피곤하거나 과음한 후에 많이 발생합니다.

항문 전체가 부은 듯이 아프고, 보행과 행동에 불편을 주게 됩니다. 초기에는 통증과 출혈이 심하지 않을 수 있지만 점점 악화되면 통증이 심해지며 배변시 극심한 통증을 느껴 배변이 어려워지고 출혈이 심해질 수 있습니다.

탈항이 진행되어 감돈(嵌頓. 빠져나온 것이 다시 들어가지 않는 상태)상태가 되면 악취가 나는 분비물이 배출되어 격심한 통증이 생깁니다. 점막상피가 압박되면 미란(靡爛)·궤양·천공이 발생할 수 있으며 출혈이 심해지면 혼수상태가 될 수도 있습니다.

항문이 가려운 증상입니다. 술·담배를 많이 하는 사무직 종사자들에게 특히 많이 나타납니다.
가렵다고 자꾸 긁으면 피부가 두꺼워져 가려움증이 더 심해지며 여름철에 땀이 항문 주위에 배면 곧바로 닦아내기 힘들어 방치하게 되므로 항문소양증이 되기가 쉬우며, 소양증으로 인해 치루가 심해지기도 합니다.

항문소양증은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서 발생합니다.
땀으로 항문주위가 너무 습하거나 무르고 자극적인 변에 의해, 과도한 수분의 섭취나 카페인, 초콜릿, 견과류, 팝콘 등의 음식에 의해, 알레르기 질환이나 습진, 피부염, 치열로 인한 염증 등에 의해 생길 수 있으며 과거에는 어린아이에게 요충 등의 기생충으로 가려움증이 오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너무 청결하게 씻는 것도 원인이 될 수 있는데, 항문 주위가 가려워 비누로 너무 너무 자주 씻거나 세차게 씻게 되므로 피부의 피지막이 오히려 손상되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만성적인 소양증 환자의 경우 피가 날 때 까지 환부를 긁어서 만성 단순 태선과 같은 병변을 만들 수 있어서 신경적으로 예민한 환자에서 많이 나타납니다.

소양증은 긁지 않도록 하여 증세가 악화되는 것을 막고 배변 후에도 피지층이 손상되지 않도록 따뜻한 물로 부드럽게 씻어주며, 습하지 않도록 잘 닦아 주는 것이 좋습니다.

유전적으로 약한 정맥, 직업상의 이유, 임신, 변비, 과음, 과로 등에 의해 발생하며, 간경화, 간문맥 혈전 등 다른 질환에 동반하여 나타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치질의 가장 큰 원인입니다. 변비가 있는 경우, 변이 대장에 머물면서 건조해지고 열이 생기게 됩니다. 이는 항문에 무리를 주게 됩니다.

배변 시 힘을 과도하게 주거나 너무 오래 앉아 있는 좋지 않은 습관은 치질을 유발하게 됩니다. 이 원인 또한 치질의 원인 중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화장실에 가고 싶어도 ‘참는 것’입니다.
배변을 참게 되면, 배변의 욕구가 줄어드는데 이를 연기하면 대장속의 배설물이 늘어나고 건조해지며 다음 배변 시에 힘이 더욱 들어가게 될 뿐 아니라 늘어난 배설물의 무게는 직장의 정맥을 압박하게 됩니다.
또한 참는 것을 반복하면 직장근육에 전달되는 신호가 작아지게 되므로 배변 시 충분한 배변신호를 전달하지 못하기 때문에 변비가 생길 수 있습니다.

설사의 경우 물성분이 많아 배출시 직장의 정맥을 손상시켜 치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젊은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유전적으로 직장의 혈관벽이 약해 쉽게 늘어나거나 파열되는 경우입니다.

임산부에게서 치질이 자주 발생합니다. 자궁이 무거워지면 직장정맥에 큰 압력을 가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기존에 치질을 앓았더라면 임신 후 악화되는 경우가 많으며, 치질을 앓지 않았던 경우라도 출산 후 치질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출산시의 진통과 소요시간으로 인해, 혹은 출산 후 변비나 출산 후 항문주위의 통증으로 배변을 미룸으로써 변비가 발생해 치질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직업적으로 무거운 것을 많이 드는 노동자나 운동선수들의 경우 일시적으로 큰 힘을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때, 숨을 들이마셔 멈추면서 힘을 주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체내의 공기압이 높아져 횡격막과 내부 장기를 압박하고 직장에 압력을 주게 됩니다.

사무직에 근무하여 장시간 앉아 있는 직업이나 장시간 서있는 직업군에서 잘 발생합니다. 운동이 부족하게 되며, 앉아 있을 경우 항문으로 가는 혈액의 양이 줄어들고, 몸무게로 인해 항문 정맥이 압박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음주를 좋아하여 간이 비대한 경우에는 항문의 정맥에 과도한 압력을 가하게 됩니다. 직장암의 경우에도 배변욕구가 계속하여 생기게 때문에 실제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불필요하게 힘을 주게 됩니다.
이 밖에도 장종양이나 과민성대장증후군 등의 소화기계 질환들도 정상적인 배변을 방해하거나 변비를 일으켜 치질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한의학에서의 치질 치료는 항문 자체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오장육부와 자궁 까지도 생각하여 이루어집니다.
치질의 근본적인 원인이 되는 평소의 좋지 않은 생활습관을 바로 잡고 흐트러진 오장육부의 균형을 찾는 것을 기본으로 합니다.
따라서 침구요법과 뜸, 탕약, 약침, 좌훈요법을 기본으로 치료를 하게 되며 경우에 따라 외과적인 요법인 결찰요법, 점막하절제술 등을 병용합니다.

한방결찰요법이란 치핵이나 탈항의 뿌리를 약실로 묶어 혈액순환을 지연시켜 저절로 떨어지게 하는 방법입니다. 이는 입원과 수술의 필요가 없이 간단한 치료로 치질을 완치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결착요법으로 핵을 제거하고 생기(生肌)하는 약물을 복용하여 핵이 제거된 부위의 새살이 돋게 하여 치료합니다.

동의보감에서는 치질의 원인을 과도한 음주와 성생활, 고량진미를 즐기는 식습관으로 기혈이 흐트러지고, 이것이 항문에 모여 열이 발생하므로 치질이 된다고 하였습니다.

즉, 무절제한 식생활은 오장육부의 조화를 무너뜨려 기혈 순환에 문제를 일으키고,
이로 인해 경맥의 순환이 조화롭지 못해 치질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치질의 ‘痔’라는 글자역시 이를 말해줍니다.
寺는 ‘절’로 痔란 절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낫지 않는 병이란 뜻입니다. 산속의 맑은 공기를 마시고 채식을 하는 자연스러운 생활을 한다면 걸리지 않는 병이라는 뜻으로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치질의 예방과 치료에는 바른 생활습관이 중요하다 할 수 있습니다.

치질 예방을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배변을 규칙적으로 하고 오래 앉는 습관을 버려야 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화장실에 신문이나 책을 들고 가는 습관을 버려야 합니다.

청결은 매우 중요합니다. 배변 후 좌욕을 하는 것이 좋으며 요즘은 비데로 그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미치근한 물의 비데를 이용하면 괄약근이 이완되면서 통증이 완화되기도 합니다.

오래 쪼그려 있는 자세도 좋지 않으며 과음과 과식을 피하고 맵고 짠 음식보다는 섬유소가 많은 음식을 충분히 먹는 것이 좋습니다.

무거운 것을 들거나 가파른 산에 오르는 것 역시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식사 후 200~300보를 걸어주어 복부의 율동작용을 도와주면 좋습니다.

꽉 끼는 옷이나 땀의 흡수가 잘 되지 않는 내의는 입지 않습니다.

커피, 우유, 홍차, 술을 피하면 증상이 좋아집니다.

과일이나 야채·곡물을 섭취해서 대변량을 늘리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