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과 대하는 여성생식기의 분비물을 총칭하여 말하는 것으로 질이나 자궁경관에서 분비되어 생식기 내부의 환경을 조절하는 역할을 합니다.
흔히 말하는 냉과 대하는 이 분비물이 비정상적인 원인으로 증가하여 질 밖으로 넘쳐 나오는 현상을 말합니다.

정상상태에서 여성 생식기는 점막 분비물로 인해 적셔져 있습니다. 이는 대부분 질 안에 머무르며 생식기 밖으로는 거의 흘러나오지 않습니다.
이를 생리적 대하라고 하며 약알칼리성을 띠며 생식기 안의 환경을 조절하여 여성의 생리주기와 임신의 조절에 영향을 줍니다.

생리적 대하는 월경 직후에는 점성이 강해져 자궁으로 정자가 통과하는 것을 방해하는 역할을 하며 배란 1주 전부터는 점성이 약해지고 그 양이 늘어나 정자가 자궁으로 통과하기 쉬운 환경을 조성해줍니다. 또한 배란 후 2~3일 가량은 다시 점성이 강해지고 농축되어 정자가 자궁으로 통과하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 생리적 대하가 세균감염이나 찬 기운, 과도한 스트레스 등의 이유로 양이 증가하고 점성이나 색, 냄새가 다르게 나타나는 것을 기질성 대하, 즉 병적인 냉·대하라고 합니다. 이는 여성의 전체적인 건강을 나타내는 중요한 지표가 되므로 만약 이상이 생긴다면 유심히 관찰해보고 진찰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여성의 질 속은 평상시에도 생리적 대하가 존재하여 여러 가지 균들이 살지 못하게 억제하는 상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질의 자정작용이라 하며 우리 몸의 항상성 유지 방법의 한 부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

냉·대하란 이 자정작용이 허물어진 것으로 우리 몸의 항상성에 이상이 생겨 질 속의 환경이 세균 번식이 쉬운 환경으로 변한 것을 의미합니다.

그 원인은 다음과 같습니다.

한의학에서는 냉·대하를 외부에서부터 오는 외인(外因)과 안에서 비롯된 내인(內因)에 의한 냉·대하로 구분하여 보고 있습니다.

외부의 급격한 환경변화로 인하여 풍랭(風冷), 한습(寒濕), 습열(濕熱)대하가 발생하며
신체 내에서부터 발병한 것으로 칠정(七情), 식독(食毒), 습담(濕痰), 어혈(瘀血), 습승(濕承), 열다(熱多)로 인한 대하가 발생한다고 보았습니다.
이 중에서도 하초(下焦)의 한습(寒濕), 습담(濕痰)에 의해 습열(濕熱)이 증가하여 생기는 경우가 많으며, 때로는 하초가 냉(冷)하여 발생하기도 합니다.

즉, 냉·대하도 순환의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습담(濕痰), 어혈(瘀血) 등에 의한 기혈 순환의 장애나 장부나 경락의 기운이 허약하거나 막혀 통하지 않게 되어 발생하는 질환이라 볼 수 있습니다.

증상에 따라 오색대하로 분류하여 치료하였는데, 청적황백흑의 대하가 그것입니다.

푸르스름한 색, 녹빛을 띠며, 간경(肝經, 간의경락)에 습열이 생겨 주로 나타납니다.

붉은 빛을 띠는 대하로 심(心)과 혈(血)에 관계있는 것으로 심과 간에 화가 왕성하여 혈열(血熱)하거나 화로 인해 가슴속에 기운이 뭉쳐 생깁니다.

황색은 육기(六氣)중 습(濕)에 해당됩니다. 몸에 습기가 많아지면 황대하가 나오게 됩니다. 이는 어혈이나 염증으로 인해 습열(濕熱)이 생긴 것으로 심해지면 황갈색을 띠며 비린내를 풍기는 대하가 됩니다.

습하고 차갑거나 뜨거운 기운에 의해 자궁이 혈액순환이 안 되어 생기며 자궁과 질벽에 끈끈한 점액이나 염증의 형태로 나타납니다. 대하 중 가장 많은 수가 백대하입니다.

검은 빛을 띠며 끈기가 있고 냄새가 비릿한 대하로 울화가 쌓이거나 심한 염증성 질병, 종양이 등이 있을 때 나타납니다. 적백대하 중에 섞여 나오기도 하는데 색이 검은 것은 열이 왕성하여 훈증(熏蒸)되어 나타나는 것으로 이미 진행된 것이기 때문에 치료가 더딥니다.

먼저 대하의 상태와 진단에 따라 그 원인을 밝히고 침구, 탕약, 좌훈, 뜸, 추나 등의 요법으로 원인에 맞는 치료를 합니다.
습기가 많고 소화기능이 좋지 않은 경우에는 습기를 제거하고 비장(脾臟) 등 습기를 운행하는 장부의 능력을 길러주며, 어혈로 인한 경우에는 어혈을 제거하고 쌓였던 열을 내려주며 간기울결(肝氣鬱結)로 인한 대하의 경우에는 막힌 간기(肝氣)를 소통시켜 주는 등 원인에 맞추어 치료를 하게 됩니다.

초기 질염으로 인한 대하의 경우 항생제 사용으로도 금새 회복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대하가 생긴다고 하여 언제나 항생제를 사용할 수는 없습니다. 항생제의 과다 남용은 생식기 자체의 방어 능력인 질의 자정작용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이후의 세균감염에 취약해지기 때문입니다. 기본적인 면역력인 질의 자정작용을 기르는 것이 첫 번째 치료가 되어야 할 것이며 항생제를 사용할 때에는 원인균을 제대로 알고 사용하되 남용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질은 요도와 항문 사이에 위치해 있습니다. 입구 또한 남성에 비해 넓고 질 점막 또한 얇아서 세균감염이 용이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항상 청결한 위생을 유지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따뜻한 물을 이용하여 규칙적으로 씻거나 좌욕을 하는 것이 좋으며 대변을 본 후 휴지를 사용할 때는 앞에서 뒤로 (등 쪽으로) 닦아 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간혹 너무 자주 세정제를 이용하여 씻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생리적 대하와 유산균 등 질의 자정작용을 하는 물질까지 제거할 수 있으므로 유의하여야 합니다.

골반에 꽉 끼는 옷을 입어 골반부의 기혈 순환을 방해하거나 냉한 곳에 오래 머무는 것은 냉·대하 뿐 아니라 각종 부인병의 발생을 재촉하는 행동입니다.
자궁이 있는 아랫배는 항상 따뜻하게 적절한 온도를 유지하여야 합니다.

비만과 습담(濕痰)은 필연적인 관계라 할 수 있습니다.
습답(濕痰)이란 우리 몸의 비정상적인 수분 대사산물로 체내 순환에 악영향을 주어 여러 가지 질병의 원인으로 작용합니다. 비만한 체질일수록 체내에 습(濕이) 형성되기 쉬우며 기운이 정체되어 쌓이기 때문에 대하 뿐 아니라 성인병이나 부인병 등의 질병이 발병률이 증가하게 됩니다.